'AI가 쓴 글'은 가치가 없을까 — 내 사이트에서 무엇이 자동이고 무엇이 사람 손인지

“AI가 쓴 글은 가치가 없다"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당사자다. 이 사이트의 글 상당수는 AI가 썼거나 AI와 같이 썼고, 소개 페이지에도 그렇게 적어 두었다. 그러니 이 질문을 남 얘기처럼 넘길 수가 없다. 노트라는 갈래를 새로 만들면서 이 문제를 한 번 정리해 둬야 했다. 내 사이트 안에서 무엇이 자동이고 무엇이 사람 손인지, 그리고 그 구분을 왜 글마다 밝히는지.

글쓰기 — 개념 사진 (사진: Startup Stock Photos / Pexels)
글쓰기 — 개념 사진 (사진: Startup Stock Photos / Pexels)

같은 사이트 안에 네 등급이 있다

돌려 보니 “AI가 썼다"는 말 하나로는 부족했다. 내 사이트 안에서도 AI가 관여하는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네 등급이다.

등급해당 글사람이 한 일
완전 자동운영일지없음. 매일 아침 시스템이 전날 기록을 모아 발행
AI 집필 + 사람 검수숭블리랩 AI매거진아침에 사실 확인만 하고 발행
AI 작성 + 사람 재료·확인여행기사진과 메모는 내가, 문장은 AI가
사람 집필제작기·노트내가 쓰고, AI는 초안·정리 보조

운영일지는 글 첫머리에 “사람이 한 일은 없고, 아래는 어제 하루 시스템이 스스로 한 일의 기록"이라고 박혀 있다. 매거진 카드에는 “기사는 AI가 쓰고 사람은 사실 검수만"이라고 썼다. 여행기는 실험실 카드에 “직접 쓴 글이 아니라, 사진과 짧은 메모를 재료로 AI가 작성했습니다"라고 적어 두었다. 광고 쇼츠를 만드는 Promo Shorts도 영상과 설명란에 “AI가 자동 제작했습니다"를 넣는 걸 규칙으로 했다. 제작기와 노트는 내가 쓴다. 맨땅에 브랜드 1편의 “심사에서 떨어진 날” 같은 글은 떨어진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왜 굳이 등급을 밝히나

처음엔 고지를 안 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돌려 보니 반대였다.

첫째, 독자가 신뢰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운영일지의 “코인봇 누적 실현손익 +9.45 USDT” 같은 숫자는 사람이 손을 안 댔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다. 누가 보기 좋게 다듬지 않은 실측치라는 뜻이니까. 반대로 매거진 기사는 AI가 썼다는 걸 알고 읽어야 독자가 “그럼 원문은 뭐지"를 확인하려 들고, 그게 맞는 태도다.

둘째, 고지는 나 자신에게 거는 제약이기도 하다. “사람은 검수만"이라고 써 놓으면 검수를 거르기 어렵다. “직접 쓴 글이 아니다"라고 써 놓으면 여행기를 내 문장인 양 자랑할 수 없다. 쓰는 쪽이 편해지려고 하는 고지가 아니라, 읽는 쪽이 속지 않게 하려는 고지다.

셋째, 이 사이트 자체가 “AI로 무엇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실험실이다. 어디까지가 자동인지 숨기면 실험 결과를 숨기는 것과 같다. 소개 페이지에 “무엇이 자동이고 무엇이 사람의 손을 거치는지는 각 글과 카드에 밝혀 둔다"고 쓴 이유다.

가치를 가르는 기준 — 내 판단

그래서 “AI가 쓴 글은 가치가 없을까"에 대한 내 답은 이렇다. 가치를 가르는 건 글을 누가 타이핑했느냐가 아니라, 글 뒤에 이 사이트에만 있는 원천이 있느냐다.

운영일지는 AI가 썼지만 뒤에 실제로 돌아가는 서비스 15개의 상태가 있다. 여행기는 AI가 썼지만 뒤에 내가 찍은 사진의 촬영 시각과 GPS, 그날 내가 적은 메모가 있다. 제작기는 내가 썼고 뒤에 내가 실제로 쓴 샘플값 42,875원과 심사 탈락 통보가 있다. 세 경우 모두 원천은 나에게만 있다. 이런 글은 AI가 문장을 썼든 내가 썼든 남이 복제할 수 없다.

반대로 원천 없이 일반론을 AI에게 시키면 — “여행 준비 체크리스트 10가지” 같은 글 — 누구 사이트에나 있을 수 있는 글이 된다. 그건 AI가 썼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내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이다. 노트 갈래를 “직접 써 보고 겪은 만큼만” 쓰는 사람 집필 등급으로 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갈래만큼은 AI 초안을 그대로 올리지 않고 편집 패스를 거치는 걸 발행 전 체크리스트에 넣었다.

검색엔진이나 광고 플랫폼이 AI 글을 어떻게 보는지는 정책 원문을 확인하지 않아서 여기 적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준으로 삼는 질문은 하나다. “이 글이 이 사이트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가.” 그 답이 예면 올리고, 아니면 안 올린다.

완전 자동의 약점을 하나 고백하면

완전 자동 등급에도 문제는 있다. 운영일지를 쭉 넘겨 보다가 알아챈 건데,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AI옥션렌즈 새벽 배치 줄이 “전국 진행 물건 13,022건 / 신건 후보 258건 / 분석 완료 91건"으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매일 새벽 배치가 돈다면 숫자가 이렇게 같을 수 없다. 시스템은 매일 아침 성실하게 일지를 썼지만, 그 안의 한 줄이 오래된 값을 반복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람이 한 일이 없다는 건 사람이 안 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게 완전 자동 글의 정직한 약점이고, 고지를 해 두었기에 독자도 나도 그 줄을 의심할 수 있었다. 고지가 없었다면 그냥 숫자였을 것이다.

정리

  • 내 사이트 안에서도 AI 관여도는 네 등급으로 다르고, 글마다 그 등급을 밝힌다.
  • 가치의 기준은 “누가 썼나"가 아니라 “이 사이트에만 있는 원천이 뒤에 있나"다.
  • 완전 자동 글은 사람이 안 본다는 약점이 있고, 고지는 그 약점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관련 글: AI Travel Blog 카드 · 맨땅에 브랜드 1편 · 운영일지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