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35일 유럽 배낭여행, 전체 루트와 지금이라면 바꿀 것 — 런던에서 로마까지 11개 도시
2023년 5월 11일 저녁 런던 히드로에 내렸고, 6월 15일 로마 피우미치노에서 귀국 비행기를 탔다. 15kg 배낭 하나에 보조 가방 하나. 날짜로 세면 36일차에 끝났지만 나는 이 여행을 “35일 유럽 배낭여행"이라고 부른다. 첫 해외 배낭여행이었고, 루트부터 숙소까지 전부 혼자 짰다.
3년이 지났다. 그때 매일 쓴 여행기 36편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서, 전체 루트를 한 장으로 정리해 두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이렇게 했겠다"를 솔직하게 적는다.

전체 루트 한눈에
런던 → 파리 → 바르셀로나 → 스위스(체르마트·인터라켄·리기) → 프라하(+카를로비바리) → 브로츠와프 → 베네치아 → 아말피(아트라니) → 나폴리 → 로마. 서쪽에서 시작해 알프스를 넘고, 동유럽을 찍고, 이탈리아를 위에서 아래로 훑다가 로마에서 끝내는 큰 한 바퀴였다.
| 날짜 | 도시 | 박 | 들어간 이동 수단 |
|---|---|---|---|
| 5/11~14 | 런던 | 4박 | 인천 → 히드로 항공 |
| 5/15~18 | 파리 | 4박 | 유로스타 (원래 표 취소 → 재예약) |
| 5/19~23 | 바르셀로나 | 4박 | TGV 취소 → 부엘링 항공, 7시간 연착 |
| 5/24~25 | 체르마트 | 2박 | 부엘링 바르셀로나→제네바 + 기차 2회 환승 |
| 5/26~28 | 인터라켄 | 3박 | 기차 |
| 5/29 | 루체른 (리기산) | 1박 | 기차 + 리기반 산악열차 |
| 5/30~6/3 | 프라하 (5/31 카를로비바리 당일치기) | 5박 | 새벽 5:51 기차, 독일 경유 |
| 6/4 | 브로츠와프 | 1박 | 버스 약 4시간 |
| 6/5~6 | 베네치아 | 2박 | 라이언에어 → 트레비소 공항 → 버스 10유로 |
| 6/7 | 야간열차 | 차중 1박 | 파도바 경유 침대칸 (취소·지연) |
| 6/8~9 | 아트라니 (아말피 해안) | 2박 | 살레르노 → 버스 |
| 6/10 | 나폴리 | 1박 | 아말피 → 나폴리 페리 |
| 6/11~14 | 로마 | 4박 | 기차 약 2시간 |
| 6/15 | 귀국 | — | 테르미니 → 피우미치노 (기차 잘못 탐) |
이동 수단 — 기차를 믿었는데 기차가 가장 자주 배신했다
계획 단계에서는 “유럽은 기차"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탄 것을 세어 보면 유로스타 1번, 스위스 기차 여러 번, 야간열차 1번, 이탈리아 기차 몇 번, 그리고 저가항공 3번(부엘링 2번·라이언에어 1번)과 국제 버스 1번, 페리 1번이다.
문제는 기차가 생각보다 자주 취소됐다는 것. 런던→파리 유로스타는 출발 전날 밤 이메일로 취소됐고, 파리→바르셀로나 TGV는 출발 전날 점심에 또 취소됐다. 베네치아→살레르노 야간열차는 역에 가서 전광판의 Canceled를 보고 알았다. 한 여행에서 기차 취소 3번, 비행기 7시간 연착 1번, 야간열차 55분 지연 1번, 마지막 날 기차 잘못 타기 1번. 이 이야기는 따로 한 편으로 정리했다. 루트 관점의 결론만 적자면 두 가지다. 취소됐을 때 살린 건 저가항공을 바로 검색한 것이었고(TGV 취소 → 부엘링 오후 비행기), 처음부터 비행기로 잡아 둔 바르셀로나→제네바 구간은 “이 여행에서 교통이 순탄하게 된 게 처음"이라고 일기에 적을 만큼 아무 일이 없었다.
스위스 안에서의 기차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제네바→비스프→체르마트 2회 환승, 체르마트→인터라켄, 인터라켄→루체른→피츠나우→리기반. 깨끗하고 정확했고, 창밖 풍경 자체가 일정이었다.
힘들었던 구간 세 개
1. 바르셀로나 → 체르마트 (5/24). 아침 7시 비행기가 불안해서 새벽 3시에 짐을 싸서 카탈루냐 광장까지 걸어갔다. 제네바 10시 도착, 기차 4시간, 다시 1시간. 이동만 7시간, 대기 포함 10시간. 그렇게 도착한 체르마트는 비가 왔고 마테호른은 구름 속이었다. 피곤해서 마트에서 대충 사 먹고 잤다. 다음 날 새벽 황금빛 마테호른을 봤으니 결과는 좋았지만, 그날 하루만 놓고 보면 35일 중 가장 고된 날이었다. 비 오는 날 스위스는 정말 할 게 없다는 것도 이날 배웠다.
2. 베네치아 → 아트라니 (6/7~8). 야간열차 취소, 파도바역에서 새벽 2시까지 대기, 55분 지연 도착으로 살레르노행 연결편을 놓쳤다. 살레르노에서는 버스표 대신 주차권을 사는 바람에 버스에서 내려야 했고, 이탈리아 부부가 준 표로 겨우 탔다. 아트라니에 내려서는 GPS가 먹통인 골목에서 배낭을 메고 30분을 헤맸다. 숙소 매니저가 마중 나간다고 했는데 “그냥 찾아가면 되지” 하고 거절한 게 실수였다. 해변에 나가는 순간 고생이 싹 사라지긴 했다.
3. 파리 → 바르셀로나 (5/19). 베르사유 오픈런을 하고 12시에 숙소를 떠나 오를리 공항에 갔더니 오후 3시 비행기가 밤 10시로 바뀌어 있었다. 안내는 프랑스어뿐이었다. 7시간을 공항에서 보내고 새벽 2시에 바르셀로나 숙소에 들어갔다.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그날 일기에 적혀 있다.

도시별 체류 일수 — 맞았던 것과 틀렸던 것
런던 4박, 파리 4박, 바르셀로나 4박, 프라하 5박, 로마 4박. 대도시는 4박이 맞았다. 로마는 마지막 날 아침까지 사람 없는 트레비 분수와 판테온을 다시 갔을 정도로 4박이 아깝지 않았다. 베네치아는 “2박 3일 딱 적당"이라고 그때도 적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반면 브로츠와프 1박과 나폴리 1박은 “여행했다"보다 “들렀다"에 가깝다. 브로츠와프는 프라하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라이언에어 출발지라서 넣은 도시였다. 난쟁이 찾기와 리넥 광장은 좋았지만 딱 하루였다. 스위스는 체르마트 2박·인터라켄 3박·루체른 1박으로 6일을 썼는데, 날씨 변수가 큰 곳이라 이 정도 여유는 필요했다.
지금이라면 바꿀 것
- 긴 이동 다음 날은 비운다. 바르셀로나→체르마트, 베네치아→아트라니 다음 날 모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10시간 이동 뒤에 바로 관광을 넣지 않을 것이다.
- 하루 2대뿐인 구간은 처음부터 비행기. 파리→바르셀로나 TGV가 취소되고서야 “대안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이라면 처음부터 부엘링으로 잡는다.
- 한국에서 들은 이야기만으로 루트를 짜지 않는다. 런던 호스텔에서 만난 타라·엘레나·파비안이 셋 다 암스테르담으로 간다고 했을 때 든 생각이다. 내 루트엔 암스테르담이 없었다. 지금이라면 런던 다음에 넣었을 것이다.
- 이동 전날 빨래는 하지 않는다. 런던 마지막 밤, 건조기를 돌려도 축축한 빨래를 드라이기로 말리던 중에 유로스타 취소 메일을 받았다. 두 가지를 한 번에 겪으면 정말 정신이 없다.
- 숙소 매니저가 마중 나간다고 하면 받는다. 아트라니의 교훈. 캐리어 끌고 가거나 혼자 가는 여성분이라면 더더욱.
- 첫 도시 첫날은 가이드 투어 — 이건 그대로 할 것. 런던 둘째 날 버스 투어 덕분에 버스 타는 법과 동선이 한 번에 잡혔고, 그 뒤 혼자 다니는 게 훨씬 덜 무서웠다.
마치며
런던 Wombat’s 호스텔 8인 혼성방 첫날 밤, 새벽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소리와 아랫칸 형의 코골이로 거의 못 잤던 것이 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 “Hard Training” 덕분에 35일을 버텼다는 말은 지금도 맞다. 혼자 시작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는 호스텔 친구들 편에 따로 적었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