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AI 웹 생성기로 버티다 유료 API로 갈아탄 날 — 언제 돈을 내야 하나

AI로 뭔가를 만들다 보면 반드시 한 번은 마주치는 질문이 있다. “이거 계속 무료로 버텨야 하나, 아니면 돈을 내야 하나.” 나는 티셔츠 브랜드 WILD HUMBLE을 만들면서 이 질문에 한 번 답을 냈고, 그 전후로 내 작업 전체에 적용하는 기준이 생겼다. 이 글은 그 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사건 자체는 연재 #8편에 썼고, 여기선 “언제 돈을 내야 하는가"에 집중한다.

비용 관리 — 개념 사진 (사진: https://kaboompics.com/ / Pexels)
비용 관리 — 개념 사진 (사진: https://kaboompics.com/ / Pexels)

무료로 버틴 구간

브랜드 실험의 예산은 30만원이었다. 도안이든 배경이든 그림은 전부 무료 웹 생성기로 뽑았고, 실물 샘플을 처음 발주하기 전까지 현금 지출은 0원이었다. 숫자만 보면 훌륭한 절약이다.

대신 손이 갔다. 원하는 그림 한 장을 얻는 과정은 이랬다. 프롬프트를 넣고, 결과 넉 장 중 쓸 만한 게 없으면 다시, 조금 고쳐서 또, 마음에 드는 게 나오면 내려받아 보정 프로그램에 넣기. 한 장에 수십 번을 눌렀다. 특히 메인 화면 배경처럼 앞쪽 그림과 뒤쪽 배경의 톤을 맞춰야 하는 작업이 괴로웠다. “비슷한 느낌"을 웹 생성기에서 매번 손으로 맞추는 건 시간이 아니라 인내심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무료에도 한도는 있었다. 도안 작업 초반에 무료 크레딧 100개 중 89개를 쓰고 나서야 프롬프트를 규칙 문서로 고정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아줄레주 도안 하나에 다섯 번 재생성하던 것이 규칙을 붙인 뒤로는 한두 번에 끝났다. 그 이야기는 #2편에 있다. 무료 크레딧도 돈이라는 걸, 다 쓰고 나서 알았다.

갈아탄 날

결심은 대단한 계산 끝에 나온 게 아니었다. 너무 귀찮아서였다. 몇 푼 내더라도 API를 붙이자. 유료 이미지 생성 API를 결제하고 파이프라인을 짰다. 이제는 프롬프트 목록을 파일에 적어 두면 실행 한 번에 그림들이 한꺼번에 나온다. 수십 번 누르던 일이 자동화됐다.

돌아보면 갈아탄 시점의 신호는 분명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손으로 하고 있고, 그 반복이 “좋은 결과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기계가 해야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하는 일"이 됐을 때. 톤 맞추기가 그랬다. 그건 판단이 아니라 노동이었다.

갈아타기 전에 먼저 만든 것 — 지출 규칙

여기서 내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자동화보다 지출 규칙을 먼저 문서로 만든 것이다. 유료 API는 누르는 만큼 돈이 나간다. 예전에 신나서 그림을 막 뽑다가 크레딧을 다 날린 적이 있었다. 편해졌다고 방심하면 30만원 예산은 순식간이다.

  • 그림을 뽑기 전에 뭘, 몇 장 뽑을지 먼저 보고한다.
  • 한 번에 한 도안씩. 막 뽑지 않는다.
  • 안 되면 3번까지만 재시도하고 멈춘다.
  • 모든 생성은 사용 대장에 기록한다 — 언제, 뭘, 얼마.

도구가 편해질수록 쓰는 규칙은 더 단단해야 했다. 이 네 줄은 지금도 그대로 쓴다.

그림 말고 글·코드 쪽은 — 구독 안에서 버티는 구조

이미지는 API로 갔지만, 글과 코드를 만드는 LLM 쪽은 사정이 다르다. 내 작업 시스템(AI Factory)의 프로젝트들이 공통으로 쓰는 LLM 호출 모듈은 기본값이 “구독에 포함된 경로"다. 월정액을 이미 내고 있는 Claude 구독 안에서 돌리면 추가 과금이 없으니, 기본은 언제나 그쪽이다. 그 경로가 실패했을 때만 종량제 API로 자동 폴백한다. 그리고 결과마다 “실제로 과금된 호출인지"를 따로 표시해서, 세션 비용을 합산할 때 구독 호출은 0으로 치고 과금된 것만 더한다. 돈이 나간 호출과 안 나간 호출을 섞지 않는 것이다.

이 구조의 약점도 적어 두는 게 정직하다. 구독은 토큰당 과금이 아니라 한도제라, 한 달 한도를 다 쓰고도 어느 프로젝트가 얼마나 썼는지 보이지 않았다. 월 220달러짜리 구독을 쓰면서 그걸 모른다는 게 불편해서, 프로젝트별 토큰 사용량을 집계하는 추적기를 따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거의 항상 레포 루트에서 세션을 시작하는 습관 때문에 귀속이 대부분 추정치가 됐고, 다른 CLI 도구로 한 작업은 아예 잡히지 않았다. 도구를 만들어도 습관이 안 바뀌면 숫자는 안 좋아진다는 걸 여기서 배웠다.

내 기준 — 언제 돈을 내나

정리하면 이렇다.

  1. 기본은 이미 낸 돈 안에서. 구독에 포함된 경로, 무료 티어를 먼저 쓴다. 새 지출은 기본값이 아니라 예외다.
  2. 무료 크레딧도 돈처럼 센다. 100개 중 89개를 쓰고 배운 교훈이다. 한도가 있는 무료는 “언젠가 끝나는 유료"다.
  3. 사람이 반복 노동을 하고 있으면 유료를 검토한다. 판단이 아니라 단순 반복(톤 맞추기, 수십 번 클릭)이 됐을 때가 신호다.
  4. 유료로 가기 전에 지출 규칙을 문서로 먼저 만든다. 보고 → 한 건씩 → 재시도 3번 → 대장 기록.
  5. 과금된 호출과 안 된 호출을 구분해 기록한다. 합산할 땐 과금된 것만. 폴백은 자동이어도 돈은 자동으로 새지 않게.
  6. 어디서 썼는지 보이게 만든다. 안 보이면 줄일 수도 없다. 추적이 안 되는 도구는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무료냐 유료냐"는 사실 잘못된 질문이었다. 질문은 “이 돈이 내 시간을 사는가, 아니면 내 방심을 사는가"에 가깝다. 톤 맞추기에 쓴 API 비용은 시간을 샀다. 신나서 날린 크레딧은 방심을 샀다. 같은 돈이라도 규칙이 있느냐에 따라 둘 중 하나가 된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