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미만은 인쇄가 안 됩니다', '검정 위 검정은 안 보인다' — AI 도안을 인쇄물로 만들 때의 함정

AI로 그린 도안은 모니터 위에서는 완성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제 인쇄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티셔츠 브랜드 WILD HUMBLE의 첫 도안을 주문형 인쇄(POD) 사이트에 올리면서, 발주 버튼 한 번이면 될 줄 알았다. 실제로는 발주에서 세 번 튕겼고, 검정 티셔츠에서는 도안이 통째로 사라졌고, 실물을 받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인쇄 작업 — 개념 사진 (사진: HONG SON / Pexels)
인쇄 작업 — 개념 사진 (사진: HONG SON / Pexels)
이 글은 그 과정에서 부딪힌 제약과 해결을 한곳에 모은 것이다. 편별 이야기는 연재 3편·4편·6편에 있다.

함정 1 — 고른 원단이 없다

가장 시시한 함정부터. 처음 고른 원단이 품절이었다. 도안과 상관없는 문제 같지만, 원단이 바뀌면 색감과 두께가 바뀌고 결국 도안이 앉는 바탕이 바뀐다. 대체로 찾은 게 18수 오버핏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더 도톰하고 리뷰도 좋았다. 첫 강제 변경이 오히려 이득이었지만, 운이 좋았던 것이지 계획이 좋았던 건 아니다.

함정 2 — 화면의 여백은 인쇄 한계선이었다

등판 도안을 크게 넣으려다 인쇄 가능 영역을 넘겼다. 레터링 아랫부분이 잘려 나갔다. AI가 그려준 이미지는 캔버스가 곧 경계라서, 그 안에서는 어디까지 그려도 상관없다. 그런데 실제 인쇄에는 프린트 가능한 범위가 따로 있고, 화면에서 여백처럼 보이던 자리가 그 한계선이었다. 크기를 줄여서 해결했다.

함정 3 — 1mm 미만은 인쇄가 안 된다

이게 진짜였다. 발주 직전 품질 검수에서 빨간 경고가 떴다. 1mm 미만 요소가 포함돼 있으니 선 굵기와 요소 크기를 1mm 이상으로 고쳐서 다시 올리라는 것이었다.

스케치 스타일의 매력은 얇고 섬세한 펜 선이다. AI는 그 선을 아무 제약 없이 그려준다. 화면에서는 픽셀 하나짜리 선도 선이니까. 그런데 DTF 인쇄는 잉크를 필름에 올려 천에 옮기는 물리 공정이라, 선이 너무 가늘면 잉크가 제대로 앉지 않는다. AI 도안과 인쇄 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간극이 여기 있었다. AI는 물리를 모른다.

디자인을 갈아엎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 두께만 미세하게 부풀리는 보정을 프로그램으로 넣었다. 앞가슴 도안은 +0.7mm, 뒷면은 +1mm. 스케치 느낌은 유지하면서 인쇄 한계는 넘겼고, 검수를 통과했다.

함정 4 — 검정 위에 검정은 안 보인다

아이보리 티셔츠가 순조롭게 끝나서, 검정 버전은 원단만 바꾸면 되겠거니 했다. 아니었다. 도안의 선과 글자가 검은색인데 그걸 검은 원단에 얹으니 안 보였다. 당연한 얘기인데, 에디터 목업에서는 미리보기 처리 때문에 그럴싸해 보여서 놓쳤다.

세 가지 버전을 만들어 비교했다.

  • 완전 반전 — 선과 글자를 전부 흰색으로. 깔끔하지만 원래 그림의 명암이 다 뒤집혀서 어색했다.
  • 하이브리드 — 그림은 원본 색, 글자만 흰색. 그림 부분이 여전히 검정 위에서 안 보였다.
  • 스티커 — 원본 색을 유지하고 모든 요소에 흰 테두리(halo)를 둘렀다. 검은 원단 위에서도 그림이 흰 윤곽으로 떠올랐다.

스티커 버전이 답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하다. 에디터 목업을 믿으면 안 된다. 미리보기에서는 투명 처리된 밝은 영역도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제 원단에서는 그 부분이 원단 색으로 그대로 뚫린다. 검정 위의 밝은 회색은 검정이다. 1mm 사건과 정확히 같은 교훈이었다. 화면은 실물의 물리를 모르고, 그 간극은 만드는 사람이 메워야 한다.

첫 샘플을 손에 들었을 때

여기까지는 전부 화면 속 일이었다. 샘플 두 장, 아이보리와 블랙 각 한 장을 42,875원에 발주했다. 프로젝트의 첫 현금 지출이었고, 이상하게 긴장됐다.

며칠 뒤 택배를 열고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봤다.

  • 원단 두께·색감 — 아이보리 톤이 화면과 거의 같았다. 18수라 도톰하고 비침이 없었다.
  • 프린트 위치 — 등판 목선 아래로 잘 앉았고, 앞가슴 8cm도 정확했다.
  • 발색 — 노란 트램이 화면에서 본 것과 거의 같은 색으로 나왔다.
  • 선 디테일 — 1mm 보정을 거쳤는데도 스케치 느낌이 살아 있었다. 낙서 디테일까지.

직접 입어봤다. 184cm에 XL, 어깨가 툭 떨어지는 오버핏. 화면에서 좋아 보이던 것과 입었을 때는 또 달랐지만, 나쁜 쪽은 아니었다. “어, 진짜 괜찮네"가 첫마디였다.

정리 — AI 도안을 인쇄로 넘기기 전에

연재 7편에서 적은 것도 하나 보태면, 옷 자체에도 제조사 스펙상 ±2cm 오차가 있다. 도안뿐 아니라 옷도 화면처럼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새 도안을 인쇄로 넘기기 전에 이것만은 확인한다.

  1. 인쇄 가능 영역 안에 들어가는가 — 캔버스 경계가 아니라 프린터의 경계.
  2. 가장 가는 선이 1mm를 넘는가 — 안 넘으면 선 두께 보정.
  3. 원단 색 위에서 보이는가 — 목업 말고, 도안 색과 원단 색을 직접 대조. 어두운 원단이면 흰 테두리.
  4. 원단이 실제로 있는가, 실측 치수는 몇인가.

세 번 튕기고, 한 번 사라지고, 4만원대를 써서 얻은 네 줄이다. 이 기록 덕분에 나중에 도안이 몇십 개로 늘어도 같은 문제로 고생하지 않았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