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장소 | 33장 촬영 | 10:01 ~ 18:59
또 5시에 눈이 떠졌다. 한국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그냥 자동으로 깬다. 내 밑에 있는 백인 형이 엄청 코를 골아서, 같은 이층 침대니까 위에서 침대를 흔들어서 깨웠다. ㅋㅋ
어차피 잠도 안 오니까 1층 리셉션으로 내려가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씻고, 7시쯤 다시 올라왔다. 이때쯤 되면 코골이 소리도 없고, 지하철 소리도 좀 익숙해져서 그냥 누워 있었다. 나갈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딱히 오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9시 30분까지 핸드폰으로 계획을 짜고 있었다.
10시쯤 밑에 있던 미국 형이 나가려고 하길래 이야기를 했다. 코고는 것만 빼면 착한 형이었다. 오늘 일정이 뭐냐고 물어봐서 "스케줄 없다"고 했더니 여기 가봐라, 저기 가봐라 추천을 해주더라.
"The Shard 가고 싶은데 예약이 다 차서 못 간다"고 했더니, 형이 직접 공식 사이트를 찾아서 예약 없이도 갈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고마운 형... 코만 안 골면 진짜 좋은 사람이다.
이 형 덕분에 오늘 동선이 확정됐다: The Shard → Borough Market → London Eye → Westminster.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고프로를 들고 나갔다. 여행 기록을 남기자는 의미로 영상도 찍기 시작했다.
전날 가이드 투어에서 배운 대로 버스를 타고 타워 브릿지를 지나 The Shard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2층 버스 위에서 타워 브릿지를 건너는 느낌이 꽤 좋았다.
Shard 입장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먼저 Borough Market을 돌았다. 그리고 시간 맞춰서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니... 와. 런던 전체가 발 아래에 있었다. 커피 한 잔 사서 유리창 앞에 서니, 템즈 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기차역 철로가 선처럼 뻗어 있고, 저 멀리 런던 아이도 보였다.
Shard에서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 London Eye로 향했다. 줄이 꽤 있었지만 기다렸다가 탔다.
올라가니 또 다른 뷰가 펼쳐졌다. Shard에서는 아주 높은 곳에서 전체를 내려다봤다면, London Eye에서는 좀 더 낮은 높이에서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빅벤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초록빛 공원들도 보이고, 버킹엄 궁전 방향도 보였다.
런던 아이에서 내려와 천천히 걸어서 빅벤 쪽으로 갔다. 어제 가이드 투어로 한 번 왔었지만, 혼자 천천히 걸으니 느낌이 달랐다.
이렇게 오후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오늘 저녁에 특별한 예약이 있었으니까.
오늘의 메인 이벤트. 내가 정말 감명 깊게 봤던 영화 About Time에 나왔던 식당 "Dans Le Noir"를 저녁 7시에 예약해놨다. 이 영화를 진짜 100번은 본 것 같다. 영어 공부한다고 반복 재생하면서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였다.
컨셉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식사하는 것. 들어가면 예약 확인하고, 외국인인지 묻고, 외국인이면 외국인들끼리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따라 들어간다. 자리에 앉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옆사람과 부딪힐 수밖에 없게 다닥다닥 앉혀놓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구조인데...
문제는. 제가 앉은 테이블 사람들이 영어를 조금 쓰고, 그 다음부터는 전부 불어를 썼다는 겁니다.
햐... 그때부터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1시간 동안 불어만 이야기하는데 나는 한마디도 못 했다.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영어 발음도 원어민이 아니니 따로 배려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얼른 먹고 나가는 게 끝이었다.
차라리 영국 사람들 옆에 앉았더라면 이야기라도 했을 텐데. 영국에 가서 영어도 아닌 불어 때문에 이렇게 짜증날 줄은 몰랐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음식 맛은 쏘쏘했다. 컨셉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유도하는 건데... 불어 쓰는 사람들에 섞여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는 게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영화를 너무 재밌게 보고, 영어 공부한다고 100번도 더 봐서 완전 좋은 기억이었는데... 완전 실망감과 허망감, 그리고 배신감. 혼자서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 것 같다.
식당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숙소로. 버스 타는 것 하나는 이제 완전히 배웠다. 전부 버스로 해결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스트레일리아 여자애 타라가 있었다. 타라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 어디 다녀왔고, 어떠었고, 내일은 친구도 온다고.
그래서 내가 "나 내일 일정 없는데 같이 가도 돼?" 했더니 괜찮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
저녁때 타라(오스트레일리아), 엘레나(싱가포르), 파비안(오스트리아) 3명과 대화를 했다. 그리고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맥주 마실 수 있고, 빨래 돌릴 수 있고, 당구도 칠 수 있고, 탁구도 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같이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당구를 쳤는데, 여기는 4구가 아니라 홀에 공을 넣는 포켓볼. 외국 애들 잘 못 치더라. 나는 당구 세대라서 발라줬다. Korean Winner. ㅋㅋ
이야기 많이 하고 내일 애들이랑 캠든 마켓 가기로 했다. 파비안은 내일 호러 투어가 있다고 시간 되면 조인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안 왔다. 당구 치고 맥주 한 잔 먹고 올라가서 잤다. 전부 8인 혼성 숙소 같은 방이니까 각자 자기 자리로.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5:00 | 숙소 | 시차 기상 3일차. 운동+씻고 7시에 복귀 |
| 09:30 | 숙소 침대 | 미국 형과 대화, The Shard 예약 없이 가능 확인! |
| 10:00 | 타워 브릿지~The Shard | 2층 버스로 이동, Borough Market 먼저 |
| 11:00 | The Shard | 전망대에서 커피+런던 파노라마 뷰 |
| 12:00 | London Eye | 기다렸다가 탑승, 웨스트민스터 근접 뷰 |
| 13:00 | Westminster | 빅벤+웨스트민스터 궁 산책, 사진 찍기 |
| 19:00 | Dans Le Noir | About Time 식당... 불어 참사. 꿀먹은 벙어리 |
| 21:00 | Wombat's Hostel | 타라·엘레나·파비안과 당구+맥주. Korean Win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