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0 (금) 리스본 가이드투어 + 제로니무스 수도원
17개 장소 | 196장 촬영 | 08:59 ~ 20:20
동선 타임라인
드디어 리스본 첫 풀 일정이다.
어젯밤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바로 자긴 했는데... 여기가 젊은 애들이 많은 호스텔이다 보니, 새벽에 술 먹고 돌아오는 애들이 계속 왔다갔다 한다. ㅋㅋ 그래도 깽판치진 않으니까 뭐.. 시차적응인지 그 소리 때문인지 여튼 잠을 좀 설쳤다.
아침 7시에 겨우 일어나서 씻고, 7시 45분에 내려갔더니 벌써 애들이 밥을 먹고 있다. 식사는 빵, 요플레, 스크램블, 우유 정도인데 유럽 호스텔에서 이 정도면 훌륭하다. 든든하게 두 그릇 먹었다. ㅎㅎ 참고로 여기는 다 먹은 그릇은 자기가 직접 씻어야 한다.
가이드 투어 출발 — "LISBOA" 사인 앞에서
오늘은 리스본 가이드 투어가 있는 날이다.
투어를 들으려면 교통 카드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침부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나오면 바로 지하철이 보인다. 거기서 원데이 카드를 샀는데 사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가이드님 만나러 호시우 광장(Praça do Rossio)으로 출발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어폰을 안 가져왔다. 그래서 다시 숙소까지 뛰어갔다 왔는데, 약속시간 8시 45분에 딱 맞게 도착했다. ㅎㅎ 숙소가 바로 옆이라서 운이 좋았다.
호시우 광장 근처에 커다란 노란색 "LISBOA" 글자가 서 있다. 당연히 인증샷 한 장 찍었다. 파란 하늘에 노란 글자, 리스본 여행 시작을 알리는 사진으로 딱이다.
그리고 퍼니큘라 앞에서 아까 산 교통카드(navegante)를 들고 셀카 한 장. 이 노란 카드 하나면 오늘 하루 리스본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글로리아 퍼니큘라 — 노란 트램의 시작
투어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글로리아 퍼니큘라(Elevador da Glória). 가파른 언덕을 노란 트램이 덜컹거리며 올라간다. 리스본의 상징 같은 노란색 트램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진짜 여기 왔구나 싶었다. 건물들 사이 좁은 길을 트램이 올라가는 모습이 엽서 같다.
시아두 — 페르난두 페소아와 커피 한 잔
투어 코스를 따라 시아두(Chiado) 지구로 내려왔다. 여기서 만난 게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의 동상이다.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A Brasileira) 앞에 앉아 있는 청동 페소아 옆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ㅋㅋ 마치 같이 커피 마시는 것 같은 포즈.
바로 옆에 서점이 있었는데, 페소아의 시집이랑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의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영문판이 보여서 손에 들어봤다. 포르투갈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라는 게 실감이 났다.
카르무 광장 — 자카란다 꽃비와 무너진 교회
카르무 광장(Largo do Carmo)에 도착하니 보라색 자카란다 꽃이 만개해 있다. 분수 주변으로 보라색 꽃잎이 흩날리는데, 이게 5월 말~6월 초 리스본의 풍경이구나 싶었다.
바로 뒤에는 카르무 수도원(Convento do Carmo).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천장이 무너져 내린 채로 보존된 교회다. 아치형 정문 앞에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 첫 에그타르트
좁은 골목 사이로 고개를 들면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가 우뚝 서 있다.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하울 메스니에르가 설계한 철제 엘리베이터다.
여기서 가이드님이 첫 번째 에그타르트 집을 소개해 주셨다. 유리 진열대에 "Tradicional"이라고 적힌 종이 아래로 갓 구운 에그타르트가 줄줄이 놓여 있다. 겉면의 갈색 얼룩이 적당히 탄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구워내는 거라고 한다.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바삭하면서도 적당히 부드럽고, 간이 딱 맞았다. 나중에 벨렝에서 먹은 것보다 이 집이 더 좋았다.
리스본 대성당 + 28번 트램
알파마 지구로 내려오니 리스본 대성당(Sé de Lisboa)이 나타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육중한 쌍둥이 탑이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데, 바로 그 앞을 28번 트램이 지나간다. 크림색 차체에 빨간 코카콜라 광고가 붙은 빈티지 트램. 이 조합이야말로 리스본의 아이콘이다.
28번 트램을 좀 오래 탔는데, 이게 진짜 재미있었다. 건물 벽이 바로 코앞인 좁은 골목을 트램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는데, 이런 광경은 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못 본다.
리스본에서는 트램을 꼭 타봐야 한다.
그리고 이 트램 안에서 투어 멤버들과 함께 사진 한 장. 나무 패널로 된 빈티지 트램 내부가 너무 예뻐서, 나란히 앉아서 찍었다. 둥근 천장 조명, 갈색 나무 벽, 아치형 창문... 이런 트램을 아직도 운행한다는 게 신기하다. 같이 투어 돌면서 점점 친해진 분들이라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산타 루지아 전망대 — 주황 지붕의 바다
이 날의 베스트 뷰. 산타 루지아 전망대(Miradouro de Santa Luzia).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면 리스본의 주황색 지붕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 테주강(Rio Tejo)이 반짝이고, 언덕 위에는 상 비센트 드 포라 수도원의 흰 벽이 보인다. 파란 하늘, 주황 지붕, 흰 벽, 은빛 강. 이 네 가지 색이 리스본의 전부다.
전망대 입구에는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벽을 뒤덮고 있었다. 이 꽃 앞에서 사진 한 장 안 찍을 수가 없다. ㅋㅋ
바이루 알투 — 트램과 눈높이
바이루 알투(Bairro Alto) 지구에서 다시 트램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좁은 골목에서 노란 트램 바로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트램이 정말 사람 키 높이에서 지나간다. 팔 뻗으면 닿을 거리.
타임아웃 마켓 — 가이드 투어의 마무리
가이드 투어의 마지막 장소, 타임아웃 마켓(Time Out Market). 거대한 철골 지붕 아래 긴 나무 테이블이 쭉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서 먹고 마시고 있다. 리스본의 유명 셰프들이 입점한 푸드코트인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 고래 등뼈의 천장
가이드 투어에서 같이 다녔던 분들과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을 보러 갔다. 타임아웃 마켓에서 15번 트램을 타고 약 20분. 에어컨이 빵빵해서 엄청 시원했다.
수도원 앞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 팸플릿을 읽으면서 잠깐 쉬었다. 오전 내내 걸어서 다리가 좀 아팠거든.
줄이 길었지만 들어갔다. 옆 교회를 먼저 봤는데(무료, 5시까지), 여기서 고프로로 촬영했다가 꾸중 들었다. ㅠ.ㅠ 막대기 형태의 장비는 촬영 금지란다...
그리고 수도원 안에 들어갔는데.
회랑(cloister)이 진짜 압도적이었다. 2층 구조의 아치들, 하나하나에 새겨진 마누엘 양식의 조각들. 꽃, 열매, 새, 왕가의 문양... 대항해 시대에 돈이 넘쳐나던 포르투갈이 스페인, 이탈리아의 장인들을 불러다가 작업한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천장. 가이드님이 고래의 등뼈를 생각해서 만든 구조라고 했는데, 올려다보니 정말 그렇다. 돌로 만든 리브(rib)가 부채꼴로 퍼지면서 천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거대한 생물의 골격 같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 원조 vs 투어 중 맛집
수도원에서 나와서 바로 옆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으로 갔다. 에그타르트 원조 맛집. 실내에만 250석이나 되는 거대한 식당이다.
콜라(2유로)와 에그타르트(1.5유로)를 시켰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완전히 부드러운데... 솔직히 너무 부드러웠다. 아까 투어 중에 먹은 "Tradicional" 집이 겉바속촉 밸런스가 더 좋았다.
피노키오 (Pinóquio) — 도미 구이에 반하다
저녁은 가이드 투어에서 만난 분들과 피노키오(Pinóquio)라는 해물 요리집으로 갔다. 가이드님이 오전에 소개해 주셨던 곳인데, 내 숙소 바로 옆이었다. ㅋㅋ
먼저 서비스로 나온 빵 바구니와 올리브. 이게 유럽 식당의 시작이다.
우리가 시킨 건 해물밥, 스테이크, 조개찜, 그리고 맥주 3잔. 테이블 위에 냄비가 세 개나 올라오니 꽤 장관이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실한 도미 같은 생선을 통째로 가져와서 보여주는 거다. "이걸로 요리할 겁니다"라고. 그걸 보고 우리도 반해서 약 200그램짜리를 바로 시켰다. 아쉽게도 도미 구이 사진은 못 남겼다 — 나오자마자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ㅋㅋ
결론: 사진은 못 남겼지만, 그 도미 구이가 오늘의 베스트. ㅋㅋ 다른 것들도 맛은 있었는데 너무 짜서 어느 정도 먹다가 손이 안 갔다. 근데 그 생선은 진짜 맛있었다. "안 시켰으면 어쩔뻔했냐"는 농담까지.
맥주 2잔을 마셨는데, 나에게 맥주 2잔이란 거의 취사량이다... 그 뒤로는 아웃.
그리고 두 분과 이야기하다 보니, 아내분이 고향이 청주라고 하셨다. 나도 청주 사람인데! 청주 사람들 부심 있거든... ㅋㅋ 무심천 맑은 물에서 자란 청주 사람들 부심이랄까? 참고로 지금은 똥물이지만 어릴 때는 거기서 자라도 잡고 놀았더랬지.. ㅋㅋ
오늘 하루 정리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8:00 | 숙소 조식 | 빵+스크램블+요플레 두 그릇 |
| 09:16 | LISBOA 사인 | 인증샷 |
| 09:18 | 글로리아 퍼니큘라 | 노란 트램 첫 만남 |
| 10:11 | 시아두 | 페소아 동상 + 서점 |
| 10:41 | 카르무 광장 | 자카란다 꽃 + 무너진 교회 |
| 11:00 | 산타 주스타 | 에펠 제자의 엘리베이터 |
| 11:07 | 첫 에그타르트 | 이 집이 더 맛있었음 |
| 11:41 | 대성당 + 28번 트램 | 리스본의 아이콘 |
| 13:16 | 산타 루지아 전망대 | 주황 지붕 파노라마 (40장 촬영) |
| 14:49 | 바이루 알투 | 트램과 눈높이 |
| 15:02 | 타임아웃 마켓 | 가이드 투어 끝 |
| 16:11 | 제로니무스 수도원 | 고래 등뼈 천장 |
| 17:12 | 파스테이스 드 벨렝 | 원조 에그타르트 (좀 너무 부드러움) |
| 19:47 | 피노키오 | 도미 구이 = 오늘의 베스트 |
내일은 신트라에 간다. 헤갈레이라 별장의 이니시에이트 월! 기대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