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루니 폭포 2시간, 쳄카 온천에서 만난 닥터피쉬

마테루니 폭포 2시간, 쳄카 온천에서 만난 닥터피쉬

2026년 9월 11일 (금) · 모시, 탄자니아 · 129장 촬영

📍 9/11 (금) 마테루니 폭포 2시간, 쳄카 온천에서 만난 닥터피쉬

17개 장소 | 129장 촬영 | 09:30 ~ 20:54

동선 타임라인

7시 반, 예정보다 이른 픽업

오늘은 마테루니 폭포와 커피 농장, 쳄카 온천까지 도는 날이다. 당연히 8시 출발인 줄 알고 느긋하게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데, 7시 반에 가이드가 벌써 헨리를 태우고 숙소 앞에 와 있었다. 밥 먹으러 가다 말고 다시 방으로 뛰어들어가 짐을 챙겼다. 숙소에서 서둘러 아침을 차려줘서 그거라도 빨리 먹고 차에 탔다. 오늘 투어는 나와 헨리 둘, 가이드까지 셋이 움직이는 날이라고 했다.

흐린 아침, 길가 화단에 핀 칸나와 짓다 만 건물

모시를 지나 킬리만자로 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이슬비가 오다 말다 하는 흐린 날씨였다.

바나나숲 사이로, 두 시간 트레킹

주차한 곳에서 내리자 가이드가 여기서부터 마테루니까지 걸어서 약 두 시간이라고 했다. 어제 비가 온 다음날이라 바닥이 전부 진흙이라 무척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정글 같은 분위기가 꽤 재미있었다.

바나나잎 그늘 아래 트레킹 시작
길가에 널어놓은 알록달록한 캉가 천

구비구비 도는 좁은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면 서로 양보하면서 잠보 인사를 했다.

좁은 산길에서 마을 사람들과 마주쳐 서로 길을 비켜주며

마테루니 폭포, 물보라 속에서

골짜기 끝에서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폭포가 나타났다. 그냥 약간 높은 폭포였다ㅋㅋ 사실 폭포 하나 보자고 두 시간씩 걸을 일인가 싶긴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그런 생각은 잠깐 접어두게 됐다.

왼쪽: 드디어 마주한 마테루니 폭포 · 오른쪽: 폭포를 올려다보며
왼쪽: 폭포 앞에서 브이 · 오른쪽: 헨리와 함께 인증샷

더 가까이 가니 물보라가 계속 날아와서 옷이 금세 축축해졌다. 고개를 젖히고 위를 보면 검은 절벽과 하얀 물줄기밖에 안 보였다.

왼쪽: 폭포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 오른쪽: 물줄기를 정면으로 올려다보며
물보라를 맞으며 뒤돌아본 모습
TIP 폭포 바로 아래는 물보라가 계속 날아온다. 카메라·렌즈 닦을 천 하나는 챙기는 게 좋다.

패션프루트 세 개, 그리고 카멜레온

올라오는 길에 패션프루트를 파는 자리가 있어서 하나 먹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싱싱한 걸 먹어본 적이 없는데, 여기 건 무척 신선했다. 신선해서 그런지 맛도 좋아서 무려 세 개나 먹었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길, 왼쪽 초가 기념품 가게와 오른쪽 모시 지구 관리소

가려는데 옆에서 꼬마가 색깔이 변하는 도마뱀을 보여줬다. 그게 바로 카멜레온이었다. 신기해서 한참 사진을 찍고 1달러 팁을 줬다.

꼬마가 팔 위에 올려준 카멜레온

커피 농장에서 늦은 점심

커피 농장이라고 해서 갔는데, 솔직히 말하면 커피 농장 투어라기보다는 커피와 기념품을 팔기 위한 곳에 가까웠다. 그래도 커피 열매가 어떻게 원두가 되는지 간단히 보여줬고, 여기서 원래 예정돼 있던 점심도 먹을 수 있었다.

커피콩이 열매부터 원두까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시연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한잔했다. 1달러를 주면 등산화를 깨끗이 씻어준다고 해서 신발을 맡겼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게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현지 음식도 맛있게 먹었고, 체험은 했지만 따로 산 건 없었다. 원래 뭘 잘 사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런 곳에 오면 잘 안 사게 된다.

왼쪽: 뚜껑 덮은 냄비들과 과일 접시로 차려진 점심상 · 오른쪽: 식사 후 남은 접시들과 노란 수프

오랜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무척 아팠는데, 신발 밑창을 보니 오늘 걸은 길이 어땠는지 알 만했다.

흙투성이가 된 등산화

산을 벗어나자 완전히 달라진 풍경

이제 오늘 제일 기대하고 있던 쳄카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에서 멀어질수록 하늘이 개고 풍경이 확 바뀌었다. 초록 골짜기는 사라지고 마른 밭과 잎 하나 없는 바오밥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여기까지 가는 데도 비포장도로로 또 두 시간쯤 걸렸다.

쳄카로 가는 길, 마른 들판에 선 바오밥나무

쳄카 온천, 이름과 다른 물

도착했을 때는 거의 4시쯤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빠르게 물가로 향했다. 온천이라는 이름과 달리 물이 뜨겁거나 따뜻하지는 않았고, 그냥 살짝 수영하기 좋은 온도였다. 대신 물이 무척 깨끗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탈의실 가는 길, 햇볕 가리려 바람막이를 뒤집어쓰고
왼쪽·오른쪽 모두: 'I ♥ CHEMKA' 조형물 앞에서

닥터피쉬와 한 시간

물속에 들어가서 노는 게 완전 재미있었다. 특히 수영하려고 가만히 있으면 자연산 닥터피쉬가 발에 계속 달라붙어서 각질을 쪼아 먹는 게 느껴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왼쪽: 쳄카 온천물, 맑고 시원한 에메랄드빛 · 오른쪽: 물속에서 유영하는 일행

한 시간이 채 안 되게 놀고 나서 짐을 쌌다. 시간도 늦었고 다들 점점 추워지는 느낌이었다.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다음 바로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 보니 다리에 살짝 쥐도 났다. 마음은 즐거웠는데 몸은 좀 힘들었다.

아루샤의 질긴 바비큐

쳄카에서 아루샤까지는 또 두 시간 정도 걸렸다. 배가 고파서 근처 로컬 식당으로 갔다. 평도 좋고 구글 평점도 나쁘지 않아서 기대하고 헨리와 둘 다 소고기 바비큐를 시켰다. 나올 때는 맛있어 보였는데, 현지식이라 그런지 엄청 질겼다. 두 점 씹었을 뿐인데 턱이 아파서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아프리카는 역시 생존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헨리는 볼트를 불러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그냥 걸어서 들어갔다.

오늘 하루 정리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7:30모시 숙소 앞예정보다 이른 픽업, 서둘러 아침 먹고 출발
10:39마테루니 진입로차에서 내려 트레킹 시작
10:52바나나숲 오솔길진창길 따라 골짜기로 하산
11:08천 널린 언덕길알록달록한 캉가 천 노점
11:25정글 진창길미끄러운 산길, 마을 사람들과 잠보 인사
11:39마테루니 폭포물보라 맞으며 절벽 아래까지
12:17마을 광장패션프루트 세 개와 카멜레온
12:49커피 시연장·점심 자리커피 시연과 늦은 점심, 신발 세척
14:14평야로 내려가는 길산을 벗어나며 완전히 바뀐 풍경
15:52바오밥나무 들판잎 없는 바오밥과 마른 사바나
15:58쳄카 온천 입구풀밭 통나무 길 걸어 물가로
16:52쳄카 온천에메랄드빛 물과 닥터피쉬
19:53아루샤 로컬 식당질긴 소고기 바비큐와의 사투
20:39아루샤 숙소헨리는 볼트로, 나는 걸어서 복귀
폭포도 좋았고 카멜레온도 신기했지만, 오늘 중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쳄카 온천이었다. 다리는 완전히 지쳤는데 마음은 하루 종일 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