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루니 폭포에서 쳄카 온천까지, 모시의 하루

마테루니 폭포에서 쳄카 온천까지, 모시의 하루

2026년 9월 11일 (금) · 모시(Moshi), 탄자니아 · 122장 촬영

📍 9/11 (금) 마테루니 폭포에서 쳄카 온천까지, 모시의 하루

15개 장소 | 122장 촬영 | 09:30 ~ 17:45

동선 타임라인

흐린 아침, 산으로 올라가는 길

아침부터 하늘이 낮았다. 이슬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씨. 차창 밖으로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과 페인트 광고판이 지나가고, 길가 화단에는 주황색 칸나가 잔뜩 피어 있었다. 잠깐 차가 선 사이에 한 장 찍었다.

길가 화단에 핀 주황·노랑 칸나, 뒤로 공사 중인 건물과 흐린 하늘

모시에서 산 쪽으로 계속 올라가니 길이 점점 좁아지고 초록이 진해졌다. 마테루니 마을 어귀에서 차를 내렸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야 한다고 했다.

바나나밭 사이 흙길

길이라기보다 밭 사이 좁은 통로였다. 양옆으로 바나나잎이 축 늘어져 있고, 관목 울타리가 사람 키만큼 자라 있었다. 어젯밤 비가 온 모양인지 흙이 축축했다.

왼쪽: 바나나잎 아래 좁은 흙길을 걸어 내려오는 일행 · 오른쪽: 길목에 줄줄이 걸린 알록달록한 천과 코끼리 무늬 바지

내려가는 중간에 천을 걸어 파는 자리가 있었다. 나무 두 개에 줄을 매고 그 위에 천이며 바지를 빨래처럼 널어놨는데, 뒤로는 온통 초록 계곡이라 색이 유독 튀어 보였다.

숲 그늘 진창길에서 뒤돌아 찍은 사진, 뒤로 일행과 마을 주민들

숲으로 들어서니 발밑이 본격적으로 진창이었다. 붉은 흙이 신발에 계속 달라붙어서 한 걸음마다 무거워졌다. 앞뒤로 마을 사람들이 같은 길을 예사롭게 걸어 올라갔다.

마테루니 폭포 앞에서

골짜기 끝에서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폭포가 나타났다. 절벽이 워낙 높아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동안 절반쯤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초록 골짜기 끝에 걸린 마테루니 폭포, 길 위에서 손으로 가리키는 모습
왼쪽: 폭포를 옆으로 바라보며 선 모습 · 오른쪽: 이끼 낀 나무 옆에서 브이

조금 더 내려가니 폭포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었다. 물보라가 바람을 타고 계속 날아와서 옷이 금세 축축해졌는데, 고개를 젖히고 위를 보면 검은 절벽과 하얀 물줄기밖에 안 보였다. 한참 그러고 서 있었다.

왼쪽: 폭포를 배경으로 둘이서 기념사진 · 오른쪽: 절벽 바로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일행
왼쪽: 물보라 속에서 고개 젖힌 모습 · 오른쪽: 폭포 웅덩이 앞, 모자를 벗어 든 일행
떨어지는 물줄기와 그 아래 고인 웅덩이를 마주 보고 선 뒷모습
TIP 폭포 바로 아래는 물보라가 계속 날아온다. 카메라 렌즈 닦을 천 하나는 챙기는 게 좋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올라오는 길은 내려간 만큼 그대로 오르막이었다. 마을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잠깐 나서 바나나잎이 반짝였다. 한쪽에는 초가지붕 기념품 가게, 다른 쪽에는 모시 지역 관리 초소가 서 있었다.

마을 광장으로 걸어 나오는 길, 왼쪽 초가 기념품 가게와 오른쪽 관리 초소

그 근처에서 카멜레온을 봤다. 누군가 잎사귀에 올려 들고 있길래 구경하다가, 팔토시 위로 옮겨 태웠더니 발가락으로 천을 꽉 붙잡고는 한동안 안 움직였다. 색은 끝까지 초록이었다ㅋㅋ

팔토시 위에 올라앉은 초록 카멜레온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늦은 점심

마을 안쪽에서 커피 시연이 있었다. 나무 절구 위에 판을 올려놓고 빨간 커피 열매부터 껍질 벗긴 생두, 볶은 원두, 곱게 간 가루까지 단계별로 늘어놓고 설명해 줬다. 옆에서는 키로 콩을 까부르고, 뒤에서는 북을 들고 있었다.

커피 열매·생두·볶은 원두·가루를 단계별로 늘어놓고 설명하는 모습, 오른쪽은 콩 담은 키

점심은 나무 테이블에 냄비째 차려져 나왔다. 알루미늄 뚜껑 덮은 솥이 줄줄이 놓이고, 수박과 망고·오이를 담은 과일 접시에 노란 수프가 함께 나왔다. 걷고 난 뒤라 그런지 수프가 제일 맛있었다.

왼쪽: 뚜껑 덮인 솥들이 줄지어 놓인 나무 테이블과 과일 접시 · 오른쪽: 거의 다 비운 그릇들과 노란 수프

일어나면서 신발을 봤는데 밑창이 아예 흙덩어리였다. 오늘 걸은 길이 어땠는지는 이 사진 한 장이면 설명이 끝난다.

붉은 진흙이 두껍게 눌어붙은 등산화

산에서 내려오니 바오밥이 있었다

오후에는 차를 타고 남쪽으로 한참 내려갔다. 신기한 게, 산에서 멀어질수록 하늘이 개고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초록 골짜기는 사라지고 마른 밭과 노란 풀, 그리고 잎 하나 없는 바오밥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같은 날 오전에 폭포에 있었다는 게 잘 안 믿겼다.

마른 밭 가운데 선 잎 없는 바오밥나무,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쳄카 온천, 야자수 아래 물

주차한 곳에서 물까지는 풀밭 사이 통나무 길을 조금 걸어야 했다. 햇볕이 따가워서 일행은 바람막이를 아예 머리에 덮어쓰고 걸었다.

왼쪽: 바람막이를 머리에 덮어쓰고 풀밭 통나무 길을 걷는 뒷모습 · 오른쪽: 'I ♥ CHEMKA' 조형물 앞에서
CHEMKA 간판 앞, 뒤로 야자수와 파란 하늘

길 끝에서 물이 나왔다. 야자수 뿌리가 물가까지 뻗어 내려온 사이로 물빛이 에메랄드색이었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았다. 오전 내내 진창을 걸었던 걸 여기서 다 씻어낸 셈이다. 사람들이 둥둥 떠서 흘러가는 걸 한참 구경하다가 나도 들어갔다.

왼쪽: 물가 나무 위에서 브이, 뒤로 물에 떠 있는 사람들 · 오른쪽: 야자수 아래 맑은 물줄기와 튜브를 탄 일행

물에서 나오니 해가 꽤 기울어 있었다. 젖은 채로 차에 올라 모시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정리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9:30모시 외곽 도로길가 화단에 핀 주황 칸나
10:39마테루니 마을 어귀여기서부터는 걸어서
10:52바나나밭 사잇길축축한 흙길을 따라 골짜기로
11:08천 걸린 노점 언덕초록 계곡 앞에 널린 알록달록한 천
11:25숲 그늘 진창길신발에 붉은 흙이 계속 달라붙던 구간
11:39마테루니 폭포물보라 맞으며 절벽 아래까지
12:17마을 광장팔토시에 올라탄 초록 카멜레온
12:43마을 안길커피 시연장으로 올라가는 길
12:49커피 시연장·점심 자리열매부터 가루까지, 그리고 노란 수프
14:14평야로 내려가는 길산을 벗어나자 하늘이 개기 시작
15:23국도 위초록에서 마른 들판으로 바뀐 창밖
15:52바오밥나무 들판잎 하나 없는 바오밥과 뭉게구름
15:58쳄카 입구 풀밭길바람막이 뒤집어쓰고 통나무 길 걷기
16:52쳄카 온천 물가야자수 아래 에메랄드빛 맑은 물
17:45돌아가는 길젖은 채로 모시로 복귀
오전엔 물보라에 젖고 오후엔 물에 들어가 젖었다. 같은 날인데 산 위와 들판의 하늘색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오늘 제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