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4 (월) 열기구 뜬 아침에 출발해 세렝게티를 빠져나오다
28개 장소 | 311장 촬영 | 05:42 ~ 18:07
동선 타임라인
모기장 안에서 눈을 뜬 아침
다섯 시 사십 분쯤 눈을 떴다. 천막 천장에 매달린 등 하나가 켜져 있고, 침대 두 개에 모기장이 늘어져 있다. 나무 바닥 위에 어제 벗어놓은 신발이 그대로 있었다. 짐은 밤새 싸둔 대로라 세수만 하고 나왔다.

여섯 시 사십 분, 캠프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니 가방을 실어 나르는 테이블 위에 짐이 쌓여 있고 그 너머로 사파리 차 네다섯 대가 벌써 서 있었다. 흰 유니폼 입은 직원들이 차 옆에 모여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희끄무레했다.

초원 위로 떠오른 열기구
출발한 지 삼십 분쯤 지나 일곱 시 이십 분, 차가 멈췄다. 마른 풀밭 위로 열기구가 여섯 대쯤 떠 있었다. 가까운 건 바구니까지 다 보였고, 멀리 지평선 쪽에도 두어 개가 점처럼 걸려 있었다. 아침 구름이 길게 퍼져 있어서 하늘이 반은 파랗고 반은 희었다. 한참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여덟 시쯤엔 차들이 몰려 있는 지점을 지났다. 옆 차 창문 너머로 누가 브이를 하며 웃었다. 유리가 먼지로 뿌예서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그게 또 웃겼다ㅎㅎ

하마가 가득한 웅덩이
아홉 시 조금 전, 물이 고인 웅덩이에 하마가 잔뜩 있었다. 세다 말았다. 물 위로 등만 내놓고 엎드린 것들, 진흙 위에 아예 배를 깔고 누운 것들, 그리고 두 마리가 서로 입을 크게 벌리고 마주 보며 부딪치는 것도 있었다. 소리가 꽤 컸다. 물 냄새도 셌다.


나무 위의 표범
아홉 시 사십 분쯤, 가이드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위를 가리켰다. 큰 나무 가지에 표범이 누워 있었다. 바로 옆 가지에는 잡아온 먹이가 걸쳐져 있었다. 표범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꼬리만 축 늘어뜨린 채였다. 고개를 한참 젖히고 봤더니 목이 아팠다. 오늘 제일 놀란 장면이었다.

표범을 보고 십 분쯤 더 가니 초원 한가운데 노란 굴착기가 흙을 파고 있었다. 사자랑 표범 보다가 중장비를 보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풀밭
열 시가 넘어가면서는 한참 아무것도 안 나왔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풀은 누렇고, 지평선까지 그냥 풀이었다. 사진을 찍어놔도 나중에 보면 다 똑같아 보일 걸 알면서도 계속 찍게 됐다.

열 시 오십 분, 차에서 내려도 되는 곳에서 잠깐 섰다. 흙길이 두 줄로 나 있고 그 끝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 아침엔 서늘해서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이때쯤엔 벗고 싶을 정도로 더워졌다.

치타와 물가의 새
열한 시, 풀밭 위로 치타 한 마리가 걸어갔다. 등만 보이다가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몸이 마르고 다리가 길어서 사자랑은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조금 더 가니 물가 풀밭에 부리 긴 흰 새 세 마리가 서 있었다. 물 색이 파래서 여기만 딴 데 같았다.


나무 그늘 아래 사자 무리
열한 시 사십오 분. 큰 나무 하나에 그늘이 넓게 졌는데 그 밑에 사자가 열 마리도 넘게 누워 있었다. 암사자들이 대부분이고 저쪽 끝에 갈기 있는 수컷도 하나 보였다. 전부 배를 깔거나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다. 차 두 대가 양쪽으로 붙어서 사람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구경하는데도 아무도 안 일어났다. 십오 분쯤 있었는데 자세만 조금씩 바뀌었다.


물소 떼와 바람
열두 시 십칠 분, 저 멀리 풀 위로 짐승 한 마리가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너무 멀어서 뭔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곧이어 초록 풀이 남아 있는 낮은 지대에 검은 물소 떼가 나타났다. 수십 마리가 흩어져 풀을 뜯고 있고, 등이나 발치에 흰 새들이 붙어 다녔다. 송아지들도 섞여 있었다.



한 시 가까이 되어 바람이 세게 부는 자리에서 차를 세웠다. 구름이 뭉게뭉게 올라와 있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바람막이 목을 여민 채 한 장 찍었다.

나비 언덕에서 내려다본 평원
한 시 사십오 분쯤 바위 언덕에 도착했다. 안내판에 "You are on top of hill emerging from the plain, Naabi in Maasai"라고 적혀 있었다. 마사이 말로 '나비'가 평원에서 솟아오른 언덕이라는 뜻이고, 이 풀바다가 세렝게티라는 설명이었다. 올라서니 정말 아래로 초록 나무들과 초록 지붕 건물 몇 채가 있고, 그 너머는 그냥 누런 땅이 끝없이 이어졌다. 매 한 마리가 눈높이로 지나갔다.

언덕 바위 위에는 도마뱀이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머리는 분홍빛이고 몸통 뒤랑 꼬리는 파랬다. 색이 너무 선명해서 처음엔 장난감인 줄 알았다ㅋㅋ 사람이 다가가도 안 도망갔다.

먹구름 아래 남쪽 길
세 시 반, 공원을 나와 남쪽으로 계속 달렸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저 멀리 산 위로 비가 커튼처럼 내리는 게 보였다. 우리 쪽엔 이슬비 정도만 스쳤다. 땅은 흙과 자갈뿐이고 길가에 낮은 표지석 하나가 서 있었다.

숙소 앞까지 온 얼룩말
다섯 시 가까워 도착한 곳에서는 얼룩말 한 마리가 건물 바로 옆 풀숲까지 내려와 있었다. 사람이 몇 걸음 거리에 서 있는데도 신경 안 쓰고 계속 풀을 뜯었다. 오늘 종일 차 안에서 망원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가까이 보니 실감이 다르게 났다.

마사이 마을과 해 질 녘 초원
다섯 시 이십 분, 언덕길에서 마을이 보였다. 둥근 흙집들이 울타리를 따라 모여 있고 그 앞으로 염소와 소들이 풀을 뜯었다. 저 멀리 붉은 천을 두른 사람도 하나 지나갔다. 마을 뒤로는 초록 능선이 길게 이어졌다.

여섯 시 조금 전,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렸다. 마른 풀이 허리까지 오는 초원이고, 오른쪽 능선 위로 해가 걸려 노란빛이 번졌다. 저 아래로 우산처럼 생긴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침에 열기구를 보고 출발했는데 하루가 이렇게 멀리까지 왔다.

오늘 하루 정리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5:42 | 덤불 속 텐트 캠프 | 모기장 아래서 기상, 짐 정리 |
| 06:57 | 캠프 앞 길 | 사파리 차에 올라 출발 |
| 07:17 | 아침 초원 길 | 구름 낀 하늘 아래 이동 시작 |
| 07:19 | 평원 갈림길 | 열기구가 보이기 시작 |
| 07:20 | 열기구가 잘 보인 자리 | 초원 위로 떠오른 열기구 여섯 대 |
| 07:37 | 차량이 모인 관찰 지점 | 옆 차 사람들과 창 너머 인사 |
| 08:26 | 길 위 짧은 정차 | 잠깐 멈춤 |
| 08:30 | 덤불 사이 갈림길 | 방향 잡고 재출발 |
| 08:54 | 하마 웅덩이 | 입 벌리고 맞붙은 하마, 진흙에 누운 무리 |
| 09:41 | 표범이 있던 큰 나무 | 먹이를 가지에 걸어두고 누운 표범 |
| 10:02 | 굴착기가 있던 벌판 | 초원 한가운데 흙 파는 중장비 |
| 10:16 | 초원 길 중간 | 풀만 이어지는 구간 |
| 10:24 | 마른 풀 벌판 | 지평선까지 누런 풀밭 |
| 10:30 | 평원 갈림길 | 잠깐 멈춤 |
| 10:42 | 두 줄 흙길 | 길 한가운데 서서 기념사진 |
| 11:00 | 치타와 물가 | 걸어가는 치타, 물가의 흰 새 세 마리 |
| 11:30 | 평원 중간 정차 | 잠깐 멈춤 |
| 11:45 | 사자 무리의 나무 그늘 | 열 마리 넘는 사자가 통째로 낮잠 |
| 12:17 | 버팔로 떼 초지 | 흰 새 달고 풀 뜯는 물소 무리 |
| 12:52 | 바람 부는 평원 | 바람막이 여미고 한 장 |
| 13:20 | 남쪽 길 중간 | 게이트 방향으로 이동 |
| 13:43 | 나비 언덕(Naabi Hill) | 평원 전망과 분홍·파랑 도마뱀 |
| 15:25 | 산이 보이는 흐린 길 | 먼 산 위로 쏟아지는 비 구경 |
| 16:47 | 얼룩말이 있던 숙소 앞 | 건물 옆까지 내려온 얼룩말 |
| 17:19 | 마사이 마을이 보이는 언덕 | 둥근 흙집들과 풀 뜯는 염소 |
| 17:24 | 고원 길 | 능선 따라 이동 |
| 17:29 | 능선 아래 초원 | 해가 기울기 시작 |
| 17:46 | 해 질 녘 아카시아 초원 | 노을빛 능선과 우산 모양 나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