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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나를 부른 사람

초인종은 한 번 눌렀는데 안쪽에서 금속 걸쇠가 두 번 움직였다. 바람에 젖은 소금 냄새가 문틈으로 먼저 나왔다. 집은 바닷가 외곽의 낮은 언덕 끝에 붙어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난간, 녹슨 우편함, 창가에 엎어 둔 유리 부표들. 오래 비워 둔 집 같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들일 생각으로 꾸민 집도 아니었다.

"누구요."

"서도경입니다. 중개 신청 넣었던 사람입니다."

발소리가 멎었다. 도경은 이름이 아니라 성이 멎게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문틈 사이로 회색 눈썹 아래 눈이 보였다. 사진으로 본 강윤재보다 더 말라 있었다. 오래된 회의록에 남은 얼굴은 넓은 이마와 짧은 머리였고, 지금의 그는 바람에 깎인 나무처럼 어깨가 좁았다.

"서?"

도경은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해양음향 검증팀입니다. 공식 방문은 아닙니다."

"공식이 아니면 더 안 좋지." 그러나 문은 닫히지 않았다. 강윤재는 도경의 얼굴보다 신분증의 성을 더 오래 봤다. 유족으로 분류되는 눈에는 익숙했지만, 이 눈은 조금 달랐다. 오래전 두고 온 물건이 아직 있는지 확인하는 쪽이었다.

"아버지를 아셨습니까."

강윤재는 대답 대신 걸쇠를 하나 더 풀었다. "밖에서 할 얘기는 아니군."

*

안쪽 공기는 낡은 종이와 말린 해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거실에는 텔레비전 대신 작은 스피커와 카세트 데크, 오래된 데이터 카트리지 보관함이 한 벽을 차지했다. 벽에는 수심도와 주파수 대역표가 못으로 박혀 있었다. 강윤재는 손잡이가 금 간 컵에 물을 담아 내밀고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나."

도경은 가방에서 관계자 명단 사본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20년 전 해상 사고 기록에 선생님 이름이 있습니다. 외부 음향 자문. 참여 사흘. 서도진의 사고였습니다."

강윤재의 손가락이 컵 가장자리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물결도 없는데 컵 안쪽에 작은 원이 생겼다. 도경은 더 밀지 않았다. 너무 빨리 밀면 문은 열려 있어도 사람은 닫힌다.

"아버지를 알던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알던 사람은 많이 죽었어." 그는 짧게 웃었다.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서도진 딸이 맞군. 말이 곧장 들어와."

강윤재는 도경이 따로 정리한 표를 봤다. 기상. 위치. 교신. 세 줄로 나눈 축에서 그의 눈이 두 번 멈췄다.

"이거 누가 가르쳤나."

"제가 만든 방식입니다."

"관측값, 문서 문장, 필요한 설명. 세 칸으로 벌려 놓고 마지막에만 판단을 쓰는 버릇." 그는 표의 왼쪽 여백을 짚었다. "그렇게까지 고집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

도경은 접은 팔을 풀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했습니까."

강윤재는 대답 대신 선반에서 낡은 파일 상자를 꺼내 노랗게 변한 복사본 몇 장을 놓았다. 첫 페이지 상단에 서도진의 이름이 있었다. 공개 세미나 자료. 해양 잡음 환경에서 비상 통신 신호 검증 절차. 그가 한 페이지를 돌려 보였다. 표가 있었다. 원자료. 요약문. 검증 질문. 도경이 만든 것과 구조가 거의 같았다.

"그건 네 아버지가 공개 데이터에 남긴 방식이야."

도경은 종이 위의 줄을 읽었다. 문장은 낯설었고 배열은 낯익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식탁에서 종이를 접던 각도, 같은 색 펜을 세 번 바꿔 쓰던 손, 이해하지 못한 채 훔쳐보던 네모 칸들. 냄비 뚜껑이 울리던 소리와 어머니가 접시를 세게 놓던 소리가 같이 붙어 있었다.

도경은 손가락을 무릎 아래로 숨겼다. 펜을 잡지 않았는데도 엄지가 검지 옆면을 문지르고 있었다. 현장에서 생각이 막힐 때마다 하던 동작이었다. 강윤재의 시선이 그 손끝에 닿았다.

"그것도. 계산 전에 손으로 박자를 세는 것. 서도진은 잡음 속 반복 간격을 그렇게 잡았어. 장비가 못 믿을 때 자기 손부터 의심했지."

도경은 천천히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수치스러운 일은 아닌데 들킨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은 오래도록 집 안에서 금지된 칭찬이었다. 닮았다는 증거가 자기 손에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럼 제 방식이 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네 것이 아니라고 한 게 아니야. 시작점이 혼자 생기지 않았다는 말이지."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왔다가 방향을 잃었다. 아버지에게 내야 하는지, 그걸 모른 채 살아온 자신에게 내야 하는지, 앞의 노인에게 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도경은 사본 위의 표를 다시 봤다. 자기 노트북 안에서 수없이 만든 표와 거의 같은 뼈대였다.

"제가 이 팀에 온 것도 그 길 위입니까."

강윤재는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 짧은 회피가 다음 질문을 만들었다.

*

"말씀해 주세요."

밖에서 갈매기 울음이 유리창에 얇게 부딪혔다. 오래된 시계의 초침 소리가 컸다.

"너를 추천한 사람이 나야."

도경은 문장의 끝을 기다렸지만 더 붙는 설명은 없었다. 추천. 감정이 들어갈 틈 없게 만들어진 말. 하지만 그 단어가 발밑을 조금 옮기는 걸 느꼈다.

"하리시가 수중음향 검증 자문을 찾는다고 했을 때. 공개 논문과 현장 검증 이력만 보냈다. 개인사는 쓰지 않았어."

"제 성은 보냈겠죠. 그러면 개인사를 보낸 겁니다."

강윤재는 반박하지 않았다. 도경은 그것이 더 불편했다.

"그 팀에 제가 필요했던 이유가 제 능력이었습니까, 이름이었습니까."

"둘 다라고 하면 모욕인가."

"편리하네요." 말이 나간 뒤 도경은 컵의 금 간 손잡이를 보았다. 강윤재는 시선을 낮추지 않았다. 변명할 문장을 여러 개 알고도 고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큰 그림 같은 건 없어. 누가 널 끌어들인 음모도 없다. 하리시에게 한 번 이름을 건넸고, 네 경력이 그 자리에 맞았다. 그게 전부야."

"왜 하셨습니까."

"서도진의 방법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어. 그리고 그 방법을 자기 일로 만든 사람이 너였어."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가면 질문을 들고 온 이유도 같이 버릴 것 같았다. 우연이라고 믿었던 경로에 누군가의 선택이 있었다. 거대한 손은 아니었다. 낡은 집에 혼자 사는 한 사람이, 오래전 동료의 방법을 기억하고 이름 하나를 보냈다. 그 사실은 작아서 더 피하기 어려웠다.

"왜 지금입니까."

"그 질문은 아직 나한테 묻지 마." 강윤재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들으면 다른 질문을 못 하게 될 수 있어서다."

"판단은 제가 합니다."

"그래서 말 안 하는 거야."

대화는 막혔다. 도경은 그 벽이 거짓말인지 보호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보호받는 동안 사람은 배제된다. 어머니의 닫힌 서랍이 그랬고, 유족 통지 완료라는 문장이 그랬다.

*

문가에 서자 바다 냄새가 다시 날것처럼 들어왔다. 강윤재는 테이블 아래 서랍에서 낡은 봉투를 꺼내 두었다. 안에는 복사본 한 장과 손으로 베껴 쓴 좌표 일부 — 세 자리 숫자와 오래된 해도 격자명, 그 옆에 짧은 단어 하나.

나락.

"나락이 뭡니까."

강윤재의 얼굴에 싫은 기색이 스쳤다. 공포라기보다, 너무 오래 피한 문서를 다시 펼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공식 명칭은 아닐 거다."

"장소입니까. 배입니까."

"배였을 수도 있고, 장소였을 수도 있어. 바다에서는 둘이 붙어 다니는 일이 있다."

"수수께끼처럼 말하지 마세요."

"정확하지 않은 말을 정확한 척하는 것보다 낫다."

맞아서 더 거슬렸다. 검증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가족의 일 앞에서는 그 원칙이 자꾸 벌처럼 느껴졌다. 강윤재가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케이스를 꺼냈다. 오래된 마이크로SD 카드 하나. 라벨에는 검은 펜으로 N-11만 적혀 있었다.

"이건 사본이다. 원본은 없어. 네가 이미 그 단어를 봤으니까. 못 본 척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까."

먼 곳에서 어선 엔진음이 낮게 이어졌다. 도경은 그 소리가 일정하지 않다는 걸 들었다. 속도가 조금씩 흔들렸다.

"깊이 파면 다친다." 경고는 낮았고, 겁주려는 힘은 없었다.

"누가 다칩니까."

"너도. 남은 사람들도."

"남은 사람이 누굽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경은 그 침묵이 정보라는 걸 알았다. 이름을 말하지 않는 자리에는 이름이 있다.

"아버지도 다쳤습니까."

강윤재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대답은 늦었다. "그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다 알지 못해. 다만 서도진은 늘, 끝까지 내려가 보려는 쪽이었어. 나머지는 네 기록이 말해 줄 거다."

도경은 그 문장에 붙은 방향을 들었다. 내려간다. 수심의 말인지, 절차의 말인지, 어떤 선택의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락을 말할 때와 같은 방향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닫힌 사고에서 닫히지 않은 좌표로.

"그게 사고와 관련 있습니까."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

"있다고도 못 하고요."

"그래."

도경은 그제야 케이스를 받았다. 차가웠고, 너무 가벼워서 안에 든 것이 한 사람의 삶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과 맞지 않았다.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끝까지 닫았다.

"숨기는 건 없습니까."

"있다." 강윤재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오늘 줄 수 있는 건 다 줬다."

완전한 협조도, 완전한 거절도 아니었다. 도경은 그것을 그대로 기억했다. 조력자이자 부담. 추천한 사람. 아버지의 방식을 기억한 사람. 그리고 아직 말하지 않는 사람.

"다시 오겠습니다."

"오지 말라는 말은 안 하마." 문을 닫기 전에 그가 덧붙였다. "나락을 찾을 때는 이름부터 믿지 마. 그 이름이 붙은 이유가 하나가 아닐 수 있어."

문이 닫혔다. 걸쇠가 하나, 그다음 또 하나 움직였다. 바다 쪽 길은 좁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확인된 건 하나였다. 도경의 합류는 우연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남긴 방식과, 그 방식을 기억한 한 사람이 도경을 여기로 이었다. 하지만 나락은 아직 단어였다. 도경은 언덕 아래 정류장으로 걸으며 봉투 속 좌표를 머릿속에서 다시 배열했다. 다음에 검증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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