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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검증하는 사람

새벽 네 시, 도경은 같은 구간을 마흔 번째 걸고 있었다.

관제실은 비어 있었고, 청음망의 저주파만 낮게 깔렸다. 시연 초반의 어긋난 구간과 열리지 않던 본론을, 조건을 조금씩 바꿔 가며 다시 돌렸다. 번역기가 여러 후보 중 하나를 고르는 범위를 좁혔다 넓혔다 했고, 앞뒤 신호를 더 길게 참고하도록 설정을 바꿨다. 바닷속 잡음도 단계별로 걷어 냈다. 조건을 바꿀 때마다 문장의 나머지 부분은 조금씩 달라졌다. 어떤 때는 앞부분이 더 매끄러워졌고, 어떤 때는 뒷부분에 새 후보가 붙었다. 그런데 그 두 자리는 — 소리는 있는데 뜻이 오지 않던 그 두 자리는 — 마흔 번 다,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비었다.

그게 도경을 불편하게 했다. 오류라면 이렇게 얌전할 수 없었다. 진짜 오류는 여기저기 튄다. 조건을 바꾸면 튀는 자리도 바뀐다. 이건 튀지 않았다. 이건 무엇을 만져도 매번 같은 곳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원래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는 듯이.

후보 ⟨…⟩ p 0.09 상태 신뢰도 낮음

해류의 출력은 마흔 번 다 같았다. 신뢰도 낮음. 도경은 그 세 글자를 노려봤다. 신뢰도가 낮다는 건 뜻을 못 찾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못 찾는 것과, 매번 같은 자리에서만 못 찾는 것은 달랐다. 전자는 무능이고, 후자는 — 후자가 무엇인지 아직 몰랐다.

비교할 다른 개체의 신호가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같은 자리가 다른 고래에게서도 비는지 확인하면, 이게 신호의 문제인지 번역기의 문제인지 갈릴 텐데. 하지만 어제의 수신은 한 마리뿐이었고, 그 개체는 이미 잠수해 사라진 뒤였다. 도경은 눈을 몇 초 감았다가 떴다. 관자놀이가 뻑뻑했다. 그 분석 결과를 자기 작업 폴더에 저장했다. 공용 서버의 원본이 아니라 어제 감사 로그를 감수하고 복사해 둔 개인 사본 위에서 돌린 것이라, 이번엔 새 경고창이 뜨지 않았다. 원본은 여전히 공용 서버에 잠긴 채였다.

*

아침 여덟 시, 아마라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밤새운 얼굴이네." 그가 한 잔을 도경 앞에 내려놓았다. 아마라 오순, 전산언어학 담당. 코다의 문법 구조를 짜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기 태블릿을 켜 도경 쪽으로 밀었다. 화면에는 무리마다 다른 코다 리듬을 서로 겹쳐 놓은 지도가 떠 있었다. 어제 수신한 개체의 리듬이, 지난 3년간 이 해역에서 기록해 온 한 무리의 리듬과 거의 포개져 있었다. "봐. 이 해역에서 관찰한 무리 중 하나랑 리듬이 거의 일치해. 아직 확정은 못 하지만, 후보는 크게 좁힐 수 있어. 실시간으로 여기까지 좁힌 건 우리가 처음이야."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도경은 자기 화면을 아마라 쪽으로 돌렸다. 겹쳐진 두 파형과, 그 위의 빈자리 두 개. "여기. 어제 시연 초반에 어긋났던 데랑, 본론이 안 열리던 데. 두 개가 같은 자리야."

아마라가 커피를 내려놓고 화면을 봤다. 잠깐 진지해졌다가, 곧 어깨를 폈다. "우연 아냐? 향유고래 코다는 반복 구조가 강해. 같은 무리면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패턴이 나올 수 있어."

"비슷한 패턴이 아니라,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뜻만 빠졌어. 소리는 멀쩡하게 있고, 뜻만."

"도경." 아마라의 목소리가 조금 가벼워졌다. 웃으려는 쪽이었다. "우리가 어제 인류 최초로 고래 문장을 받았어. 근데 넌 지금 그 문장을 못 믿을 이유부터 찾고 있잖아."

"못 믿는 게 아니라, 왜 이러는지 알고 싶은 거야."

"그게 못 믿는 거야." 아마라가 자기 잔을 들었다. 서운함이 살짝 배어 나왔지만, 오래 두지는 않았다. "패턴이 맞으면 일단 가는 거야, 도경.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 데도 못 가. 세상은 우리가 소수점 맞출 때까지 안 기다려."

그건 어제 마르코가 한 말과 거의 같았다. 진영은 다른데 결론이 같다는 게, 도경은 늘 이상했다. 성과를 원하는 사람과 진실을 믿는 사람이, 정작 '일단 가자'는 데서는 손을 잡았다.

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도경은 아마라 같은 사람들에게 밀려서, 확실해지기 전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놓은 다음에야 그게 얼마나 비쌌는지 알았다. 그 얘기를 지금 꺼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번엔 놓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 리듬 비교는 계속해. 그건 네 말이 맞을 거야." 도경이 말했다. "나는 이 자리만 볼게."

아마라가 잠깐 도경을 봤다. 무슨 말을 더 하려다, 하지 않았다. "커피 식어." 그가 그렇게만 말하고 자기 자리로 갔다. 등이 조금 굳어 있었다.

*

도경은 다시 로그를 열었다. 번역기가 처리 과정마다 남긴 기록이었다. 화면에 뜬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각각의 클릭을 언제 받아들였고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하나씩 펼쳐 볼 수 있었다.

두 빈자리에 적힌 시각을 나란히 놓자, 이상한 점이 보였다. 두 구간 모두 — 실제 소리가 들어온 시각과, 번역기가 그 소리를 읽은 시각 사이에 똑같은 차이가 있었다. 0.18초. 서로 다른 자리인데 늦은 정도가 소수점까지 같다는 건,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정확했다. 코다의 리듬으로 환산하면, 꼭 반박자였다.

그다음, 도경은 번역기가 결과마다 붙여 둔 상태 표시를 열었다. 뜻을 내놓지 못했을 때, 그 이유가 거기 적혀 있었다.

오류 소리가 깨졌을 때 불확실 가능한 뜻이 너무 많을 때 누락 소리가 아예 들어오지 않았을 때 보류 ⟨…⟩

앞의 셋은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보류는 처음 봤다. 도경은 시스템 설명서를 열어 그 항목을 찾았다. 설명 칸이 비어 있었다. 코드에는 있는데, 아무도 뜻을 적어 두지 않은 상태. 그리고 두 빈자리에 붙은 게 바로 그것이었다. 소리가 깨진 것도, 뜻이 너무 많은 것도, 안 들어온 것도 아닌 — 보류. 번역기는 그저,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었다.

보류라는 건, 낼 수 있는데 내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도경은 그 생각을 붙들었다가, 이내 놓았다. 근거가 부족했다. 설명 칸이 비어 있다는 건 개발이 덜 됐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보류는 그저 개발자가 미리 박아 둔 예비용 표시일 수도 있었다. 기계가 무언가를 '일부러' 미룬다는 건, 지금으로선 소설이었다. 화면 한쪽에 가능성을 적었다. 하나, 단순한 오작동. 둘, 아직 배우지 못한 소리. 셋, 표시가 잘못 붙음. 넷, 예비 상태. 어느 것도 지워지지 않았고,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칸은 비워 두었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가능성을 위한 자리였다.

원인을 좁히려면 평범한 신호와 비교해야 했다. 도경은 지난 몇 년간 모아 둔 고래 녹음에서, 이미 뜻과 쓰임이 확인된 코다 몇 개를 골랐다 — 무리를 부르는 소리, 먹이 근처에서 나는 짧은 클릭. 차례로 번역기에 걸었다. 전부 매끄럽게 번역됐고, '보류'는 뜨지 않았다. 신뢰도는 높았고, 빈자리도 없었다.

하지만 겨우 몇 개였다. 이것만으로 '보류는 저 신호에만 붙는다'고 말하려면 훨씬 더 많은 대조가 필요했다. 표본 몇 개로 결론을 박는 건, 어제 마르코가 문장 하나로 인사를 확정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도경은 결론 대신 다음 할 일을 적었다. 다양한 신호에 같은 상태가 뜨는지 폭넓게 대조할 것.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 설명서에도 없는 '보류'라는 상태가, 어제의 그 두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는 것.

도경은 그 항목을 캡처해 자기 폴더에 넣었다. 이번에도, 확실해질 때까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

문제를 좁히려면 신호 자체를 손으로 훑어야 했다.

도경은 그 구간을 소리의 높낮이별로 나눠, 하나씩 들어 보았다. 어느 높이에서 뜻이 빠지는지 짚어 보려는 것이었다.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이건 그냥 절차였다.

그러다 클릭에 섞인 낮은 성분만 따로 분리해, 재생 속도를 늦췄다. 원래는 귀로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것이 관제실 바닥의 진동판을 거쳐 손끝으로 올라왔을 때 — 도경의 손이 조절 막대 위에서 멈췄다.

낮고, 느린 진동이었다. 그 진동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들었다기보다 몸으로 느낀 적이. 아주 오래전에, 아주 여러 번. 어디서였는지는 떠오르지 않았고, 떠올리려 하자 관자놀이 안쪽이 서늘해졌다.

도경은 재생을 멈추고, 잠시 헤드폰을 벗었다. 관제실의 저주파가 다시 발밑에서 올라왔다.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보다 낮고, 그것보다 오래된 것. 왜 자기가 거기서 손을 멈췄는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손끝에는 아직 그 진동이 남아 있었다. 오래 만지지 않았는데도, 이미 알고 있는 촉감처럼.

*

정오가 되기 전, 하리시가 잠깐 들렀다.

"쉬어야지." 그가 도경의 화면을 흘긋 봤다. "어제 그거로 위에서 아주 좋아해. 다음 예산 얘기 나왔어."

"좋네요." 도경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표정은 안 좋아 보이는데."

도경은 두 빈자리를 다시 화면 가운데로 끌어왔다. 하리시에게 그 '보류' 얘기를 할까 잠깐 생각했다가, 하지 않았다. 근거가 반쪽이었다. 반쪽짜리로 말을 꺼내면, 그게 어제의 그 반쪽짜리 문장과 똑같아진다. 반쪽으로 결론 내리는 게 어떤 대가를 부르는지, 도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확인 중이에요." 도경이 말했다. "확실해지면 보고할게요."

하리시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총괄로서 그는 지금 도경을 믿어 두는 쪽을 택했다 — 적어도 도경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관제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도경은 저장된 기록 한 줄 위에 커서를 올려 두었다. 보류. 그 두 글자가, 뜻이 빠진 두 자리 밑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낼 수 있는데 내지 않았다, 라고 그 두 글자를 읽는 건 아직 억측이었다. 억측과 사실 사이에는 아직 검증이 통째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하나는 넘어왔다. 어제는 뜻이 빠진 자리를 봤고, 오늘은 그 자리가 우연이 아니라 반박자만큼 일정하게 늦는다는 걸 봤다. 남은 건 '왜'였고, '왜'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도경은 멀다는 이유로 돌아선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돌아섰다가 크게 잃은 적이 있어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도경은 로그 위에 표시를 남겼다. 창밖은 어느새 훤했다. 청음망은 여전히 심해의 무게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어딘가 아래에서 누군가 지금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을지 몰랐다. 밤을 꼬박 새운 몸이 무거웠다. 오늘은 들어가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는 내일 다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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